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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누군가 좋게 바라봐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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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누군가 좋게 바라봐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이 된다

2021.11.20 14:20
픽사베이 제공

행복한 사람들은 비슷한 모습으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예컨대 커플들의 경우 관계에서 불행한 대표적인 이유가 있으니 그 중 하나가 '귀인 방식'이다. 즉 행동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느냐에 따라 똑같은 행동도 매우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상대가 약속에 늦었을 때, 그 원인을 여러가지 방향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원래 성격이 게을러서 약속에 늦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달리 원래 성격은 부지런하지만 그날따라 교통 상황이 나빠서, 몸이 아파서 약속에 늦었다고 볼 수도 있다. 행동의 원인을 어떤 사람의 내적 특성(성격, 태도, 일반적인 기분 상태)에서 찾는다고 해서 전자를 ‘내적 귀인’이라고 한다. 후자는 행동의 원인을 외적 요인(교통상태, 날씨 등)에서 찾는 ‘외적 귀인’이다. 이렇게 행동의 소재를 내외부로 해석하는 것이 한 가지 귀인 방식이다.

두 번째로는 이와 같은 행동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복되어 나타날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그런 것인지, 즉 안정성에 대한 해석이다. 약속에 한 번 늦었으므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늦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행동이 안정적이라는 해석을 내린 것인 반면 이번에만 그런 것이고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보면 행동이 일시적이라는 해석을 내린 것이다. '떡잎을 보면 나무를 안다'는 말처럼 일찍이 나타난 행동으로 미래의 행동까지 판단하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행동의 일반화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다. 어떤 행동이 다양한 상황들에 걸쳐 널리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면 행동이 광범위하다고 여기는 것이고 특정 상황에서만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면 행동이 특수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예컨대 작은 행동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며, 약속에 한 번 늦었으니 앞으로 약속 시간만 어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시간을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광범위한 해석을 내린 것이다. 반면 약속 시간에만 조금 늦을 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행동을 일반화하지 않은 것이다.

예상할 수 있겠지만, 행복한 커플들의 경우 상대방의 좋은 행동은 내적, 안정적, 일반적인 해석을 내리는 반면 상대의 안 좋은 행동은 외적, 일시적, 특이적이라는 해석을 내리는 편이다. 그런 반면 불행한 커플은 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예컨대 행복한 커플은 상대가 어느 날 선물을 했을 때 “원래 상냥한 사람이라서 사온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상냥할 것이며, 선물 말고도 이런저런 부분에서 다정다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와 달리 불행한 커플은 선물을 받았을 때 “지나가다 세일하는 걸 봐서 사온 것이고, 어쩌다 한 번 그런 것이며, 선물 말고 다른 다정함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예컨대 상대가 생일을 깜빡했을 때 행복한 커플은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이번 한 번만 깜빡한 것이며, 자신에 대한 다른 중요한 사실들은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반대로 불행한 커플은 “원래 나한테 관심이 없어서, 앞으로도 계속 내 생일을 깜빡할 것이며, 생일 뿐 아니라 나에 대한 다른 중요한 사실들도 잘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내적, 안정적, 일반적인 해석은 보통 편견과 고정관념에 기대어서 내리는 쉬운 판단이다.

 

열길 물 보다 어렵다는 사람 속을 판단할 때 하나만 보고 열을 알기란 불가능하지만, 수많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단 몇 가지 근거만 가지고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 앞으로도, 어디서나 그럴 거라고 단정짓는 행위다. 그러다 보니 보통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동기가 낮거나(관심이 없거나 권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경우) 또는 스트레스가 심해서 인지적 능력이 저하되어 있을 때 이와 같은 단정짓기가 더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내 마음이 이렇게 쉬운 판단으로 기울고 있을 때 “잠깐만, 아닐 수도 있어. 이런 저런 가능성이 있잖아”라며 운전대를 잡고 생각의 방향을 트는 노력이 있을 때 좀 더 세심한 해석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나도 기분이 좋지만 상대방 또한 이런 세심함을 반기며 실제로 더 좋은 사람이 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결국 내가 상대를 이해하려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수록 관계가 좋아진다는, 간단하지만 결코 실천하기 쉽지는 않은 진리가 숨어 있는 것이다.

 

꼭 연인관계뿐 아니라 세상의 많은 갈등이 어쩌면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불필요하게 악의적인 해석에 의해 생겨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좋게 바라봐 주는 것 만으로 정말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보면 사람은 호의를 먹고 자라는 동물이 아닌가 싶다. 주변 사람들에게 호의를 먹여주고 먹으며 함께 성장하는 연말이 되길 바란다.


※참고문헌
Gable, S. L. (2019). Close relationships. In E. J. Finkel & R. F. Baumeister (Eds.), Advanced social psychology: The state of the science (pp. 227–248).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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