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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 심장 발달 유전자 망가뜨려 한 곳에 머무르는 삶 바꾼 유형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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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 심장 발달 유전자 망가뜨려 한 곳에 머무르는 삶 바꾼 유형류

2021.11.20 08:43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18일 표지로 물속을 떠다니는 몸이 투명한 생물인 유형류의 모습을 실었다. 유형류는 멍게나 미더덕과 같은 피낭동물의 한 종류다. 피낭동물 대부분은 유아기 때는 자유롭게 헤엄치다 성체로 변하면서 바위 등에 달라붙어 사는 고착생활을 한다. 그러나 유형류만은 이런 변형을 겪지 않고 평생 물속을 헤엄치며 다닌다. 이런 이유로 피낭동물은 유형류와 같이 자유롭게 헤엄치다 고착생활을 하는 형태로 진화됐을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 분석 결과 피낭동물은 오히려 고착생활을 하다가 자유롭게 물 속을 떠다니는 형태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티안 카네스트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유전학부 교수 연구팀은 유형류의 한 종인 오이코플레우아 디오이카(Oikopleura dioica)의 유전자 특성을 분석한 결과 심장 유전자에서 진화의 흔적이 나타났다고 18일 네이처에 발표했다.

 

오이코플레우아 디오이카는 전 세계 바다에서 발견되는 길이 0.5~1mm의 작은 생물이다. 머리와 꼬리를 가져 올챙이와 모습이 비슷하다. 피낭동물에 속하지만 멍게나 미더덕이 속한 해초강과 달리 고착동물이 되는 과정을 겪지 않는다. 대신 몸을 둘러싸는 집을 가진다. 꼬리의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집에서 물을 순환시켜 바다의 미세조류를 잡아먹는다. 실험실에서 쉽게 키울 수 있어 발달생물학 연구에서 모델 유기체로 주로 활용되기도 한다.

 

분석결과 오이코플레우아 디오이카는 충수돌기에서 심장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의 손실이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생물체에서 심장 발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부위다. 연구팀은 대량의 유전자가 손실됐다는 것은 오이코플레우아 디오이카가 다른 피낭동물과 비교해 차별화된 방향으로 진화를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는 과거 피낭동물이 다른 척삭동물문처럼 자유롭게 행동하던 데서 고착화하는 형태로 진화했다는 기존 진화론적 가설을 뒤집은 결과다.

 

오이코플레우아 디오이카는 유전자 손실을 통해 고착 대신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세 가지 진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심장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가속화됐다. 오이코플레우아 디오이카는 수정 후 몇 시간 내로 만들어지는 집을 부풀린 후 물속을 헤엄쳐 다닐 때 심장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해초강은 심장 발달을 끝내지 않고 고착화가 일어난 상태로 수 일이 지날때까지 심장이 뛰지 않는다.

 

또 심장 구조도 원통형에서 층상 형태로 재설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에 층이 생기면 바다에서 떠다니는 유기체의 특징인 꼬리 움직임으로 만들어지는 혈림프 순환에 유리하다. 여기에 몸통에서 인두와 비슷한 근육 조직이 사라지는데도 영향을 줬다. 이 근육은 해초강에서는 물을 드나들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이코플레우아 디오이카에게는 불필요한 기관이다.

 

피낭동물은 척추동물과 같이 처음 태어날 때 배에 척삭이 만들어지는 척삭동물문에 속해 척추동물의 사촌이자 초기 진화를 보여주는 생물로 꼽힌다. 척삭은 몸을 지지해주는 기관으로 척추동물은 척삭이 척추로 변한다.

 

카네스트로 교수는 “우리의 연구는 피낭동물의 조상이 누구인가에 대해 보여준다”며 “척추동물에서 관찰되는 것처럼 피낭동물도 고착해 살던 방식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삶으로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물음도 새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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