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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시대,위기의 언어](상)대중은 정확하고 구체적인 용어, 더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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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시대,위기의 언어](상)대중은 정확하고 구체적인 용어, 더 신뢰한다

2021.11.25 21:00
길거리에 ′위드 코로나′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지난 17일 정부는 ′위드 코로나′ 대신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길 당부했다. 연합뉴스 제공.
길거리에 '위드 코로나'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지난 17일 정부는 '위드 코로나' 대신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길 당부했다. 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상생활뿐 아니라 언어도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새로운 의학 용어들이 쏟아졌고 생활 방식 변화에 따라 신조어들이 생기며 일상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바뀐 언어는 다시 우리 생활과 의사소통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동아사이언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시대 중간쯤에서 우리 시대의 언어를 살펴봤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위드 코로나’라는 용어를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바꿔서 사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외래어가 아닌 우리말 용어를 사용하기 위한 의미도 있지만 ‘위드 코로나’는 수개월 전부터 지적을 받은 용어였다. 

 

보건 전문가들은 엄연히 치료체계나 대응책이 다른 독감과 동일시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국내외 언어학자들은 한국식 영어를 의미하는 이른바 ‘콩글리시(Konglish)’ 일뿐더러, 그럴듯한 외래어를 사용함으로써 대중이 코로나19를 미화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어려운 용어들이 심각한 질병 확산과 함께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오면서 언어에 많은 변화가 일어고 있다. 수많은 신조어가 생겨났고, 일상용어도 변해갔다. 이런 과정에서 단어의 미묘한 차이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구체적인 연구가 진행된 사례도 있다.

 

영국의 미들섹스대와 리즈대, 킹스턴대 연구자들은 코로나19 백신을 설명하는 단어들의 차이가 백신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실험한 결과를 지난 15일 국제학술지 ‘백신’에 발표했다. 미국과 영국은 백신 생산국이자 가장 초기 보급이 빨랐음에도 불구하고 11월 중순 백신 접종 완료율이 각각 전체 인구의 60%와 70%에 못 미치고 있다. 두 나라보다 백신 접종을 늦게 시작한 한국의 접종 완료율은 76%로 그보다 높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중에서도 과거부터 문제시된 백신 자체에 대한 불신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인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건강을 위협하는 10대 문제 중 하나로 백신 거부를 꼽기도 했다.

 

연구팀은 백신에 대한 의료정보를 어떤 용어로 설명했을 때 접종을 유도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성인 99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12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백신이 영국에서 승인을 받은 지 2주가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연구팀은 전문용어와 비전문용어, 원론적인 설명과 두루뭉술한 설명을 혼합해 총 네 종류의 백신 설명문을 만들었다. 여기서 전문용어란 ‘바이러스’가 아닌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와 같이 정확한 의학용어를 뜻한다. 또 원론적인 설명에서는 ‘백신은 신체 내에서 면역 반응을 유발해 작동한다’와 같이 백신 기작을 명확히 설명하지만, 두루뭉술한 설명은 ‘예방접종을 받으면 몸에 백신이 있기 때문에 면역 효과가 있다’와 같은 원리 설명을 배제한다.

 

설문 참가자 996명은 무작위로 네 종류 설명문을 나눠 받아 설명문이 만족스러웠는지, 또 백신 접종에 대한 의향이 바뀌었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전문용어가 포함된 원론적인 설명을 가장 만족스러워했다.  원론적인 설명을 했을 때 백신 접종을 받을 의향이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전문적인 용어 사용보다 백신에 대한 좋은(원론적인) 설명이 참가자들의 접종 의향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도 코로나19와 관련된 인터넷 언어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예로 ‘도일여년(度日如年)’이란 문구는 본래 ‘하루를 보내는 것이 1년을 보내는 것과 같다’는 뜻이지만 코로나19와 함께 온라인에서는 ‘코로나19로 개인은 일을 할 필요가 없고 설 연휴처럼 쉴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 우한중화사범대, 유장민족의과대 등 공동 연구팀은 이런 온라인상의 코로나19 관련 언어들이 대학생들의 우울과 불안에 끼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우선 그 영향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불안과는 큰 관련이 없지만 우울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까지 밝혀 국제학술지 ‘정신학 프론티어’ 6월 14일자에 발표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언어 습관이 바뀌고 언어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아직 코로나19 시대의 중간쯤 위치한 상황에서 한국의 코로나19 용어도 옳은 쓰임새로 사용되고 있는지 정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기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문화원연합회 쉬운 우리말 쓰기 취재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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