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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는 곧 나의 ‘커넥톰(Connectome)’” 서배스천 승 美 프린스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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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는 곧 나의 ‘커넥톰(Connectome)’” 서배스천 승 美 프린스턴대 교수

2015.01.30 07:00
올해 말 ‘아이와이어 2’ 공개…다음 프로젝트는 후각신경
뇌 신경세포의 연결망인 ‘커넥톰’을 완성하기 위해 ‘아이와이어’ 게임을 개발해 운영 중인 서배스천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그는 이르면 올해 말 해상도를 높인 ‘아이와이어 2’를 출시할 계획이다.  - 뉴저지=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뇌 신경세포의 연결망인 ‘커넥톰’을 완성하기 위해 ‘아이와이어’ 게임을 개발해 운영 중인 서배스천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그는 이르면 올해 말 해상도를 높인 ‘아이와이어 2’를 출시할 계획이다. - 뉴저지=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이달 26일 ‘역사적인 폭설(Historical Blizzard)’이 미국 뉴욕을 덮치기 6시간 전, 뉴욕에서 남서쪽으로 70여 km를 달려 프린스턴대에 도착했다. 2010년 테드(TED) 강연에서 “나는 곧 나의 ‘커넥톰(Connectome)’”이라고 말하며 ‘커넥톰 신드롬’을 일으킨 한국계 미국인 서배스천 승(승현준)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승 교수는 자신의 멘토이자 20년 지기 연구 동료인 데이비드 탱크 프린스턴대 뇌과학연구소장의 제안으로 지난해 1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 전 세계 16만5000여 명이 ‘연구원’


커넥톰은 뇌 신경세포(뉴런)의 연결망을 뜻하는 신조어다. 외부에서 자극을 받을 때 신경세포가 이웃 신경세포에 어떻게 신호를 전달하는지 그 연결망을 모두 그려 놓은 지도가 커넥톰이다. 항공사 취항지도에서 도시(신경세포)끼리 이어놓은 지도를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인간의 뇌에는 신경세포가 약 1000억 개나 된다. 이들의 연결망만 150조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란성 쌍둥이도 유전자는 같지만 커넥톰은 다르다. 어떤 기억과 사고를 했는지에 따라 커넥톰은 계속 바뀐다. 승 교수는 “현재 커넥톰이 완성된 종은 예쁜꼬마선충뿐”이라면서 “예쁜꼬마선충의 신경세포 302개가 얽히고설켜 만들어낸 7000개 이상의 연결망을 모두 그리는 데 꼬박 2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승 교수는 거대한 인간의 뇌 지도를 그리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을 ‘연구원’으로 삼기로 했다. 2012년 말 ‘아이와이어(EyeWire)’라는 신경세포 연결 게임을 공개하고, 쥐의 시신경 지도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현재 이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100여 개국 16만5000여 명. 이들은 신경세포에 해당하는 3차원 육면체를 256개의 단면으로 나눠 보면서 연결된 조각을 찾아 마우스로 색칠하며 쥐의 시신경 커넥톰을 조금씩 완성해가고 있다. 게이머들이 승 교수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연구원인 셈이다.


승 교수는 지난해 5월 이를 토대로 망막이 움직이는 물체를 감지하는 이유가 시신경에 전달되는 신호의 시차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당시 논문에는 아이와이어를 이용한 게이머를 지칭하는 ‘아이와이어러(the EyeWirers)’가 저자로 포함됐다.

 


●“20년 안에 ‘커넥톰’ 완성할 수도”


승 교수는 이르면 올해 말 ‘아이와이어 2’를 공개할 계획이다. 아이와이어 2는 기존 게임에서 제공되는 시신경 사진보다 해상도가 월등히 높은 사진을 제공한다.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도 선명하게 보인다. 그는 “고해상도 사진으로 교체하면 게이머들도 지금보다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커넥톰 완성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 뇌의 커넥톰은 언제쯤 완성될까. 그는 “뇌 과학이 ‘황의 법칙’(메모리반도체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것)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면 20년 안에 인간 뇌의 커넥톰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커넥톰이 완성되면 자폐증이나 조현병(정신분열)처럼 뇌 구조로는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뇌 질환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승 교수는 아이와이어에 이어 차기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그는 “후각신경이 기억으로 바뀌는 연결망을 알아낼 계획”이라면서 “기억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눈과 코, 귀 등 감각기관에서 형성되는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기억과 성격은 모두 커넥톰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서 “공상과학(SF) 소설처럼 들리지만 커넥톰의 연결 정보만 완벽히 안다면 내 기억과 성격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배스찬 승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한국 아이와이어 온라인 프로모션 우승자들에게 신경세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저지=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서배스천 승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한국 아이와이어 온라인 프로모션 우승자들에게 신경세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저지=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제공

 

■ 한국, 3개월 만에 신경세포 조각 17만8202개 짝맞춰

 

글로벌 온라인게임의 대명사 ‘스타크래프트’로 검증된 한국인의 손과 눈이 아이와이어에서도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10월 아이와이어 한글버전(eyewire.olleh.com)을 출시하면서 게임 참가 이벤트를 여는 등 한국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26일 현재 한국인들이 짝을 맞춘 신경세포 조각은 17만8102개. 23만6473개로 1위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3위인 독일(3만8458개)과의 격차도 크게 벌렸다. 아이와이어 개발과 운영을 총괄하는 에이미 로빈슨 씨는 “미국인 이용자들은 처음 아이와이어가 나온 2012년부터 누적된 숫자인 반면 한국인 기록은 불과 3개월 만에 나온 것이라 엄청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 이용자가 풀어낸 신경세포 조각은 약 70만 개다.


경기 용인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호원 씨(46)는 KT 이벤트 기간에 국내 아이와이어 게임 참가자 중 최고점을 획득했다. 김 씨는 서배스천 승 교수와 만난 자리에서 “교수님의 대중강연에 큰 감명을 받고 뇌 과학 연구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아이와이어를 시작했다”면서 “평소 존경하는 분이라 직접 만나니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김 씨가 아이와이어를 즐긴 시간은 850시간에 이른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팀을 이뤄 참가한 박정현 씨(26)는 “게임 자체도 재미있지만 상대방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온라인게임과 달리 전 세계 이용자들과 채팅으로 힌트를 주고받으며 격려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아이와이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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