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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굳는다? 새빨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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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굳는다? 새빨간 거짓말!

2015.03.25 18:00
[인류의 탄생 ⑪]
과학동아(일러스트 김정훈) 제공  제공
과학동아(일러스트 김정훈) 제공  제공

 

“사람은 평생 두뇌의 10%도 채 안 되는 부분만 사용한다. 나머지는 죽을 때까지 그대로 남아 있지.”

 

어렸을 때 학교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어린 마음에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큰 머리를 가지고 있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니! 하지만 잘 알려져 있듯, 이 이야기는 근거가 전혀 없는 잘못된 가설입니다.

 

머리와 관련된 근거 없는 가설은 또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 머리가 굳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자라나는 어린 시절에는 머리가 ‘말랑말랑해서’ 배우고 쓸 수 있지만, 일단 성장기가 지나서 어른이 되면 ‘굳어서’ 더 이상 배울 수 없다는 거죠. 이 주장 역시 근거가 없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 결과입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머리가 찰흙도 아닌데, 굳는다니 이상하지요.

 

● 노인의 뇌와 어린이의 뇌는 다르다
 

istockphoto 제공
istockphoto 제공

어린 시절에 하기 쉬운 일과 노년에 하기 쉬운 일은 각기 다릅니다. 예를 들어 단순 암기는 어렸을 때가 훨씬 더 쉽습니다. 반면 정보를 모으고 종합해 복잡한 정보를 만드는 일은 어린이보다는 어른에게 더 쉽습니다. 뇌세포의 차이 때문입니다.

 

어린이는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성장하는 내내 뇌세포를 만들어 냅니다. 뇌세포가 늘어나니 정보도 쉽게 쌓지요. 그런데 6~7살이 된 어린이는 이미 머리 크기가 어른의 80~90%에 이릅니다. 그 이후로는 새로운 뇌세포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고, 새로운 정보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어집니다. 그럼 나머지 긴 시간 동안 두뇌는 놀기만 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두뇌는 뇌세포를 서로 연결하는 새로운 작업에 돌입합니다. 뇌세포의 연결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각해 볼까요. 뇌세포가 2개 있으면 연결선은 하나입니다. 뇌세포 3개의 연결선은 3개입니다. 그런데 뇌세포가 4개로 늘면 연결할 수 있는 선은 6개로 껑충 뜁니다. 뇌세포가 6개가 되면 연결은 15개가 됩니다. 이런 식으로 연결 가능한 선은 점점 늘어납니다. 그런데 사람의 뇌세포의 수는 무려 1000억 개나 됩니다. 연결 가능한 수는 무한에 가깝게 늘어납니다.
 
물론 모든 뇌세포가 다른 모든 뇌세포와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 하나의 뇌세포는 주변의 다른 몇 개의 뇌세포와 연결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연결 할 수 있는 수는 무척 많습니다. 대략 1mm3의 작은 용량 안에 6억 개의 뇌세포 연결이 존재한다고 하니, 부피가 1400cm3인 뇌에는 어림잡아도 840조 개의 연결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뇌세포의 연결(시냅스)은 정보를 모으고 연결시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중요합니다. 이는 뇌세포의 생성이 멎은 이후에도 뇌가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뜻입니다. 두뇌가 굳는다거나 10%만 사용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요.

 

과학동아(일러스트 김정훈) 제공  제공
과학동아(일러스트 김정훈) 제공  제공

 

● 인류는 머리만 자랐다!


그렇다면 이렇게 엄청난 용량의 정보 저장과 처리 기능을 가지고 있는 인류의 두뇌는 언제부터 커졌을까요. 그 시기를 알면 왜 커졌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두뇌 크기 연구에서 남자 어른 주먹 한 개 반 정도의 크기인 500cc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최초의 인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두뇌 용량은 500cc가 채 안됩니다. 갓 태어난 사람 아기의 두뇌 용량 역시 500cc가 안되지요. 사람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인 침팬지 어른의 두뇌 용량 역시 500cc가 안됩니다.
 
수백만 년 전 초기 인류는 두뇌 크기가 500cc 미만으로 작지만, 지금부터 200만 년 전에는 두 배인 1000cc가 됩니다. 그리고 다시 150만 년이 지난 뒤(지금부터 50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에는 세 배인 1500cc로 늘어났습니다. 시간에 따른 두뇌 용량의 증가 추세를 살펴보면 200만 년 전을 기준으로 확 빨라집니다. 200만 년 전은 우리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인 호모 속이 탄생하는 시점입니다. 특히 호모 에렉투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재미있는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호모 에렉투스는 무척 오래(백 수십만 년 이상. 마지막으로 사라진 시점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어진 인류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몸이나 두뇌에 변화가 있었을까요, 없었을까요. 고인류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아서, 변화가 있었다는 주장과 없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10여 년 전, 저와 지도교수도 이 토론에 한몫했습니다. 인류의 두뇌는 200만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는 논문을 발표한 것입니다. 증가 추세는 지금부터 5만 년 전까지 계속됐습니다.

 

그런데 진짜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호모 에렉투스는 처음 등장한 때부터 사라지는 때까지 팔다리의 길이나 몸통의 생김새 등 몸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오로지 머리 크기만 꾸준히 증가한 것이지요. 혹시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 머리만 커지는 건 아닐까요. 100만 년쯤 뒤엔 영화 속 외계인처럼 되는 건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과학동아(일러스트 김정훈) 제공  제공
과학동아(일러스트 김정훈) 제공  제공

 

● 고기 먹은 인류는 얼굴이 날씬해
 

인류의 큰 머리는 공짜로 생기지 않습니다. 많은 에너지를 확보해야 하고, 이 에너지는 동물성 음식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맹수가 자는 한낮에 동물의 사체 찌꺼기를 먹어야 했습니다(아이 러브 ♥ 고기 참조).
 
그런데 육식으로 에너지를 확보한다고 해서 머리가 바로 커질 수 없습니다.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거든요. 우선 한정된 에너지를 놓고 머리와 경쟁하는 다른 장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소화기관입니다. 머리가 커지려면 소화기관으로 가는 에너지가 줄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레슬리 아이엘로와 피터 휠러 영국 런던대 인류학과 교수가 1995년 발표한 ‘비싼 조직 가설’입니다. 실제로 다양한 동물들을 비교한 결과, 과연 두뇌 크기와 소화기관 크기는 반비례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두뇌 크기에 맞춰서 머리뼈도 자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머리뼈가 크려면 머리뼈에 연결되어있는 근육이 먼저 작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머리뼈가 자랄 공간이 생기니까요. 머리뼈와 연결된 근육 중 가장 큰 근육은 씹는 근육(저작 근육)입니다. 이 말은, 두뇌가 커지려면 씹는 근육이 작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흥미롭게도, 실제로 씹는 근육에 돌연 변이를 유도해서 크기를 작게 만들었더니, 동물의 머리뼈가 지나치게 커졌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200만 년 전 살았던 친척 인류인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의 복원도(위)와 골격(왼쪽). 광대뼈와 턱뼈가 거대하다. 이 인류는 주로 식물을 먹었다. - 위키미디어 제공
200만 년 전 살았던 친척 인류인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의 복원도(위)와 골격(왼쪽). 광대뼈와 턱뼈가 거대하다. 이 인류는 주로 식물을 먹었다. - 위키미디어 제공

두 가지 문제를 인류 진화와 연관지어 보겠습니다. 200만 년 전, 아프리카에는 자연에 서로 다르게 적응한 세 종의 친척 인류가 있었습니다. 바로 초식인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왼쪽 사진)와 동물들이 먹고 남은 사체 찌꺼기를 먹은 호모 하빌리스, 그리고 사냥을 한 호모 에렉투스입니다.
 
이 중 초식인 보이세이는 두뇌가 작은 대신(500cc) 이빨이 어마어마하게 컸습니다. 씹는 근육도 발달해 턱뼈와 광대뼈도 엄청나게 컸습니다. 반면 육식을 주로 한 호모 에렉투스는 상대적으로 큰 두뇌(1000cc)를 가진 대신 이빨이 작고 씹는 근육 역시 작았습니다. 식습관과 두뇌 크기 사이에 놀라울 정도로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 인류의 두뇌는 거꾸로 진화하나
 

유지비가 많이 드는 두뇌를 위해 인류는 사냥과 채집을 해야 했습니다. 움직이는 동물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변 환경을 기억하고 정보를 종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인류의 ‘무기’가 나타납니다. 바로 사회적 협동입니다. 속해 있는 집단의 크기가 커지면서 집단의 구성원에 대한 정보와,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정보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두뇌는 이런 다채로운 정보를 저장해 두고 상황에 따라 응용하게 됐습니다. 이것이 인류가 뇌세포를 동시에 100% 쓰지 않는 진짜 이유입니다.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축적해 두고 빠르게 반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치려 합니다. 인류의 두뇌는 200만 년 전부터 5만 년 전까지 꾸준히 커졌습니다. 그럼 5만 년 전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어떨까요. 아까 농담처럼 ‘인류의 머리가 점점 더 커지지 않을까’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정반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간의 머리가 오히려 작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확실한 건 연구를 통해 알아봐야겠지만, 사실이라면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글자가 발명되고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두뇌가 하는 일 중 상당한 부분을 대신하게 됐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현생인류는, 수백만 년의 긴 진화 역사를 거스르는 놀라운 변화를 지금 경험하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큰 두뇌가 가져온 비만의 저주

 

istockphoto 제공
istockphoto 제공

큰 머리를 유지하기 위해 인류는 높은 칼로리를 얻고자 항상 노력해 왔습니다. 그렇게 노력해도, 인류 역사 전체를 통틀어 먹거리는 늘 부족했죠. 하지만 이제 적어도 세계의 몇몇 나라에서는 먹거리가 넘치도록 풍부합니다. 그런데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 앞에 있는 높은 칼로리의 음식을 뿌리치지 못하고 먹고야 맙니다. 식탐은 모든 동물에게 마찬가지지만, 특이하게도 인류는 그렇게 먹고도 몸에 즉각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대신 심장병과 당뇨 등 만성적인 질병의 위협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이것은 인류의 큰 머리가 가져온 또다른 대가입니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미국 UC리버사이드 이상희 교수의 ‘인류의 탄생’을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2012-2013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식인종, 최초의 인류, 호빗 등 인류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상희 교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와 미국 미시건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뒤 2001년부터 UC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공은 고 인류학이며 인류의 두뇌 용량의 변화, 노년의 기원, 성차의 진화 등을 연구하고 있다. 암벽화, 화살촉 등 유적을 자료화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 에디터 윤신영 기자 | 글 이상희 미국 UC리버사이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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